현역 시절, 아이는 카이스트를 선택해 한 학기 동안 대전에 둥지를 틀었던 적이 있어요. 기숙사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짐을 싸고 또 싸며 빠진 건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죠. 혹시라도 멀리 떨어져 있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, 비상약 상자에 약 이름, 증상, 복용법까지 정성껏 써서 하나하나 붙여줬어요. 그런데 나중에 보니… 한 번도 풀어보지 않았더라고요. 속상하면서도 ‘그래, 아프지 않았으니 다행이다’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죠. 아이를 대전 기숙사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, 차 안에서부터 울컥했지만 꾹 참으며 집에 도착했어요. 그런데 아이가 없는 빈방을 보는 순간,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습니다. 책상 위에 남아 있는 흔적들,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하나하나가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했어요...